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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은 우리 몸의 '침묵의 장기' 중 하나로 불립니다.
등 쪽 갈비뼈 아래에 위치하여 매일 약 200리터의 혈액을 걸러내고 노폐물을 소변으로 배출하는 역할을 수행하지만, 기능의 50~70%가 망가지기 전까지는 뚜렷한 통증이나 이상 신호를 보내지 않기 때문입니다.
만약 신장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면, 우리 몸은 아주 미세하고 일상적인 변화를 통해 구조 신호를 보냅니다.
오늘은 신장이 안 좋을 때 나타나는 핵심 증상들과 예방 수칙을 아주 상세하게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소변의 가시적인 변화: 거품뇨와 혈뇨
신장 건강의 가장 정직한 지표는 단연 '소변'입니다.
신장의 사구체(필터)가 손상되면 혈액 내에 머물러야 할 단백질이나 적혈구가 소변으로 새어 나오게 됩니다.
변기 물을 내렸을 때 거품이 유독 많이 생기고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다면 '단백뇨'를 의심해야 합니다.
이는 마치 달걀흰자를 휘저었을 때 생기는 거품과 비슷한 양상을 띱니다.
또한, 소변 색이 콜라색, 검붉은 색, 혹은 선홍색을 띠는 '혈뇨'가 나타난다면 즉시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더불어 소변 횟수의 변화도 중요합니다.
평소보다 화장실을 자주 가는 빈뇨, 특히 밤에 잠을 자다 깨서 화장실을 가는 야간뇨가 잦아진다면 신장의 농축 능력이 저하되었다는 증거일 수 있습니다.
전신 부종: 눈 주위와 발등이 붓는 이유
신장은 체내 수분과 염분(나트륨)의 농도를 조절하여 항상성을 유지합니다.
신장 기능이 떨어지면 배출되지 못한 수분이 체내에 쌓이게 되는데, 이것이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이 바로 부종입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눈 주위가 유독 퉁퉁 부어 있거나, 오후가 되었을 때 양말 자국이 깊게 남고 신발이 꽉 끼는 느낌이 든다면 신장 이상을 의심해 보세요.
신장은 수분을 재흡수하거나 배출하는 기능이 핵심인데, 이 필터가 고장 나면 세포 사이에 물이 차오르게 됩니다.
심한 경우 손가락으로 정강이 뼈 근처를 눌렀을 때 피부가 금방 올라오지 않고 푹 들어간 상태가 유지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부종은 단순히 피곤해서 생기는 부기와는 차원이 다른 신호입니다.
만성 피로와 원인 모를 무기력증
신장은 적혈구 생성을 자극하는 호르몬인 '에리스로포이에틴(EPO)'을 만들어냅니다.
기능이 저하되면 이 호르몬 분비가 줄어들어 혈액 내 적혈구 숫자가 감소하는 '신성 빈혈'이 발생하게 됩니다.
빈혈이 생기면 우리 몸 구석구석으로 산소가 원활하게 전달되지 못해, 충분한 휴식을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늘 피곤하고 몸이 무거운 느낌을 받게 됩니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멍한 상태가 지속되는 '브레인 포그'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혈액 속에 노폐물(요독)이 쌓이면서 독소가 뇌와 신경계에 영향을 주어 잠을 자도 개운하지 않고, 일상적인 활동조차 큰 부담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피부 가려움증과 비정상적인 건조함
피부 문제는 단순히 피부과의 영역만이 아닙니다.
신장은 혈액 내 칼슘과 인의 수치를 조절하여 뼈 건강과 피부 상태를 유지합니다.
신장 기능이 나빠지면 체내에 인(P) 수치가 급격히 상승하고 요독이 배출되지 못해 피부로 드러납니다.
보습제를 듬뿍 발라도 해결되지 않는 전신 가려움증, 특히 밤에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의 가려움은 신장 질환의 전형적인 합병증인 '요독성 가려움증'일 확률이 높습니다.
피부가 뱀살처럼 하얗게 일어나거나 거칠어지고, 안색이 칙칙하고 어둡게 변하는 증상 역시 신장이 독소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구취와 금속성 입맛 (요독증 신호)
신장 기능 저하가 심해지면 혈액 속의 요소(Urea) 농도가 높아집니다.
이 요소가 타미 속의 박테리아와 만나 암모니아로 분해되면서, 입에서 지독한 오줌 냄새(암모니아 취)가 나거나 금속 맛이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음식을 먹을 때 평소와 달리 금속을 씹는 듯한 씁쓸한 맛이 느껴지거나, 식욕이 급격히 떨어져 체중이 감소한다면 요독증이 진행 중일 수 있습니다.
특히 고기 맛이 이상하게 느껴져 육류를 기피하게 되는 현상도 흔히 나타납니다.
이러한 소화기 계통의 이상 증상은 메스꺼움과 구토를 유발하여 영양 불균형을 초래하고 신장 건강을 더욱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만듭니다.
근육 경련과 수면 장애 (하지불안 증후군)
신장의 전해질 조절 기능이 망가지면 칼슘, 마그네슘, 칼륨 등의 균형이 깨집니다.
칼슘 수치가 낮아지면 신경과 근육이 과도하게 흥분하여 밤마다 다리에 쥐가 나거나 근육이 경련하는 증상이 잦아집니다.
또한, 자려고 누웠을 때 다리가 간질거리거나 무언가 기어가는 듯한 불쾌한 느낌 때문에 다리를 계속 움직여야 하는 '하지불안 증후군'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는 요독이 신경계를 자극하여 발생하는 현상으로, 깊은 수면을 방해하여 만성 피로를 가중시키는 원인이 됩니다.
고혈압의 발생 및 악화
신장과 혈압은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신장은 혈압을 조절하는 호르몬을 분비하며, 동시에 혈압이 너무 높으면 신장의 미세 혈관들이 손상됩니다.
평소 혈압이 정상이었는데 갑자기 혈압이 높아졌거나, 기존에 복용하던 혈압약으로도 혈압 조절이 잘 안 된다면 신장 혈관의 문제(신성 고혈압)를 의심해 봐야 합니다.
신장이 나빠지면 염분이 체내에 정체되어 혈액량이 늘어나고, 이는 다시 혈압을 높여 신장을 더 망가뜨리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합니다.
신장 건강을 위한 5가지 생활 수칙
이미 나빠진 신장을 되돌리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남은 기능을 보존하고 악화를 막는 것은 가능합니다.
- 저염 식단의 생활화: 나트륨 섭취를 줄여 신장의 여과 부담을 줄이고 혈압을 관리해야 합니다.
- 단백질 섭취 조절: 과도한 단백질은 신장에 독이 될 수 있으므로, 전문가와 상담하여 적정량을 섭취하세요.
- 금연과 절주: 담배는 혈관을 수축시켜 신장으로 가는 혈류를 방해하므로 반드시 끊어야 합니다.
- 수분 섭취의 주의: 초기에는 충분한 물이 도움이 되나, 신부전이 진행된 경우 수분 제한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 약물 남용 금지: 성분을 알 수 없는 건강보조식품이나 진통제 오남용은 사구체를 직접적으로 손상시킵니다.
정기적인 검진이 최고의 예방입니다
신장이 안좋으면 나타나는 증상들은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겪는 '단순 피로'나 '노화'로 착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몸이 보내는 이러한 작은 신호들을 무시하고 방치하면 결국 투석이나 신장 이식이 필요한 단계까지 이르게 됩니다.
특히 당뇨나 고혈압을 앓고 계신 분들이라면 증상이 없더라도 최소 6개월에 한 번은 소변 검사와 혈액 검사를 통해 '사구체 여과율(eGFR)'을 확인하는 습관을 지니시기 바랍니다.
오늘 정리해 드린 10가지 증상 중 3가지 이상에 해당한다면 주저하지 말고 가까운 내과를 방문해 보세요.